분양가 상승 속 ‘얼죽신’ 현상과 청약가점 고공행진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유행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얼죽신’입니다. ‘얼어 죽어도 신발’의 패러디로, ‘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라는 뜻인데요. 금리가 오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신축 아파트 청약에 몰리는 수요자들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단어입니다.
1. 청약가점, 사실상 만점자들의 리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 분양 결과는 ‘얼죽신’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전용 74㎡의 최고 당첨가점은 무려 84점, 즉 만점이었습니다. 최저 당첨 점수조차 74점으로, 사실상 만점자 아니면 당첨이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같은 단지 다른 평형도 모두 70점 이상에서 당첨자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51㎡에서도 최저 70점이었죠. 이는 5인 가구 이상 + 15년 무주택 + 10년 이상 청약통장 보유라는 완벽 조건을 갖춰야만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2. 분양가 상승, 대출 규제에도 열기는 그대로
정부의 6·27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약 시장의 경쟁률은 여전히 치열합니다. 이는 ‘신축 아파트 희소성’과 ‘향후 가치 상승 기대감’이 결합한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예시: 경기 과천시 ‘디에이치 아델스타’ 전용 84㎡ 타입은 분양가가 23억 원을 넘어섰음에도 최저 당첨가점이 49점에 달했습니다. 당첨자가 대출로 6억 원을 빌린다 해도 최소 17억 원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3. 중소형 단지, 1~2인 가구에겐 높은 벽
소형 평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에서 당첨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역 아이파크는 최저 당첨 점수가 54점이었는데, 이는 1~2인 가구 입장에서도 10년 이상 무주택 기록이 필요했습니다.
즉, 젊은 세대에게 청약 당첨은 여전히 먼 이야기로 남아있습니다.
4. 줄어드는 청약통장 가입자
이 같은 높은 장벽에 피로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청약 자체를 포기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7월 말 기준 주택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3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0만 명 이상 줄었습니다.
5. 정부의 해법, 공공분양 확대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공급 방식입니다. 민간 분양보다 공공분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공분양은 청약저축 납입액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청약을 오래 준비해온 ‘장기 보유자’와 그렇지 못한 세대 간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입니다.

6. 전문가의 시각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치금에 따라 당첨자를 선발하는 공공분양은 장기 납입자에게만 유리합니다. 특히 3기 신도시에서도 민간 분양이 줄어든다면, 그동안 민간 청약을 준비했던 수요자들은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무리
분양 시장은 고분양가, 대출 규제, 청약가점 고공행진이라는 삼중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얼죽신’ 현상으로 뜨겁습니다. 그러나 그 열기 뒤에는 “내 집 마련은 점점 멀어진다”는 씁쓸한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공공분양 확대 정책이 이 불균형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